황매? 청매? 부질없다. 잡담

매실을 두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논란을 촉발시킨 건 황교익이 몇 년 전부터 매실철이 가까워지면 기고하던 글들인데, 마치 일본에서는 다 익은 '황매'만 먹는다는 식으로 쓴 글들을 언론에 기고해 사람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매니 황매니 하는 단어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매실의 빛깔은 이게 먹을 만큼 익었는지를 판가름하는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품종에 따라, 용도에 따라 다 다르니까.

또한 일본도 덜 익은 '청매'를 먹는다. 황교익도 매실 관련한 문제가 이전보다 큰 이슈가 된 올해에서야 '일본도 청매를 먹는다'고 말하는데,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글에 적지 않은 것인지, 몰랐었는데 지금서야 시치미를 떼는 것인진 모르겠다. 하여간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매실주 만들 때 청매를 쓴다.

그런데도 황교익은 끝까지 청매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자기 주장에 미련이 있었는지 '일본에선 매실주 등을 만들 때 한 달이면 매실을 꺼낸다(http://foodi2.blog.me/220736000014)'고 적었는데, 사실 이것도 틀렸다. 한 달 정도 지난 뒤 매실을 꺼내는 건 제조에 시간을 무한정 쓸 수 없는, 주조회사에서 대량제조하는 매실주에 한하고, 집에서 각자 담가 먹는 매실주의 경우 매실을 넣은 채 1년 이상 숙성시키는 경우도 많다.(예: http://www.ume-nouka.jp/cook/umeshu1.htm) 게다가 일본에서도 청매를 그렇게 뭐 담글 때만 쓰는 것도 아니다. 청매로 만드는 카리카리우메란 게 있고, 꽤 인기가 있다.

다시 결론을 말하면, 그냥 품종에 따라, 용도에 따라 제때에 수확한 매실을 골라 쓰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꽤 어려운 일일 것이다. 농민이나 소비자나 품종에 무지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매실만 해도 난코우, 오우슈쿠 등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고, 그에 따라 용도와 빛깔이 다 다른데, 우리나라에서는 어지간하면 그냥 다 '매실'이다. 외국의 슈퍼마켓에 가면 채소 종류에 따라 다양한 품종이 구비되어 있어 깜짝 놀라곤 하는데, 우리나란 다 그냥 감자, 고구마, 가지 등 작물별로만 분류할 뿐이다. 애초에 한 품종만 들어와 있어서 그런 걸 표기할 의미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지만, 설사 여러 종류가 들어와 있어도 멋대로 붙인 상품명만 늘어날 뿐 그 특성과 용도에 대해선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금 매실 논란도 그저 '청매엔 독이 있다'는 자극적인 말에 놀란 대중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뿐이지, 생산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가 전문가들이 나설 때인데, 과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실망스러운 접객과 음식 (삼성동 '차이린')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명을 따지면 사천 지방만 한 곳이 없을 터. 사천짜장면, 사천탕수육 등 정말 온갖 메뉴에 '사천'이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다만 그런 요리들은 대부분, 혹은 전부 중국의 사천 지방과는 연관이 없다. 그냥 '조금 맵게 만든'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사천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되어 있는데, 그나마도 만만치 않은 가격대를 자랑하는 몇몇 곳을 제외하면 갈수록 음식맛이 한국화되고 있어 쉽게 발길이 가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강남 쪽에 사천요리를 표방한다는 곳이 있어 방문해봤다. 삼성중앙역 인근의 '차이린'이다.

코엑스에서 볼 일을 보고 11시 30분쯤, 거의 첫 손님으로 방문했다. 처음에는 마파두부를 먹을까 했었는데, 이전에 어딘가 블로그에서 본 자자멘이라는 요리가 생각나 시켜보기로 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콴미엔(굵은 면)에 닭고기 다진 것과 고수 썬 것을 잔뜩 올리고, 라유를 부어 비벼 먹는 것으로 보였는데, 아무래도 혼자 시켜 먹기는 부담스러운 구수계(口水鷄)의 대용이 될 것 같았기 때문.

그런데 메뉴를 주문할 때부터 문제가 생겼는데, 메뉴판에 그 메뉴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 거다. 그래서 종업원을 불러 물어보니, 별도의 자그만 메뉴판을 가져왔다. 거기에 기재되어 있었고, 가격은 15,000원. 그런데 막상 주문을 하려니 점심 시간에는 안 되는데...라고 말을 흐린다. 바쁜 시간이니 힘들다는 것이겠지. 그래서 다음에 먹어야 하나 싶어서 저녁 시간에는 되냐고 물었다. 아예 메뉴에서 제외시킨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종업원이 그에 대한 답은 하질 않고, 바로 카운터로 간다. 그러고는 주방에다가 뭐라고 말을 하더니, 다시 돌아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주문을 넣었다고 말을 던진다.

그리고 15분쯤 걸려 받아든 접시를 보니, 사진으로 봤던 것과는 참 모양새가 달랐다. 다진 닭고기는 충분히 올라가 있었지만, 고수는 턱없이 적었고, 라유는 아예 보이질 않는 거다. 혹시.. 하고 뒤적거려 보니 바닥에 깔린 라유가 모습을 드러낸다. 흥건하게 접시를 채우고 있던, 타 블로그의 사진에서 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 일단 비벼서 먹어보기로 했다. 참 싱겁다. 별도의 간이 되어 있지 않은 듯했는데, 고수도 부족하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라유조차도 별 향이 나지 않는 데다 그 양도 면을 간신히 비빌 정도라 다시 종업원을 불렀다. 라유와 고수를 좀 더 달라고. 그리고 원래 이렇게 싱거운 맛이냐고. 그랬더니 맛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고, 고수는 점심 시간에는 더 줄 수 없단다. 그러고는 라유가 든 플라스틱 소스통을 가져와 조금 더 뿌려주더니 그걸로 끝이었다.

뭐라고 항의를 해야 하나 생각을 했지만, 괜한 감정 소모도 귀찮은 일이고 해서 그냥 적당히 먹고 나왔다. 다른 요리들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편이라면 그냥 점심 시간에는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을 했어야 하는 것이고, 내 의사를 제대로 묻지도 않고 주문을 받았다면 제대로 된 음식을 내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접객을 겪은 입장에서는 그냥 그 식당에는 다시 안 가면 그만이다.




사울의 아들 기타

이 영화의 촬영 방식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건 직접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접 알 수 있는 거니까.

나로서는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주인공이 그렇게 장례를 치러주려 노력하는 죽은 소년이 정말 그의 아이가 맞냐는 것.

영화 곳곳에선 죽은 소년이 사울의 아들이 아니라는 암시가 대놓고 주어진다. 너한텐 아들이 없지 않냐는 동료의 말부터, 죽은 소년이 포함되어 있던 유태인 집단은 헝가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왔다고 언급되는 등.(극중에서 사울은 헝가리인으로 나온다. 이 영화 자체도 헝가리 영화고.)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평의 대부분에서는 그에 대해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혼외자라는 변명을 그대로 믿고, 심지어는 중간에 잠깐 만나는 여자가 소년의 엄마가 아니냐는 황당한 해석까지 나오는 지경.

물론 진짜 그의 아들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이 영화는 굉장히 뻔해져버린다. 극한 상황의 애끓는 부정. 피붙이에 대한 마련. 이런 식의 상투적인 신파극으로 요약되지 않겠냐는 말이다.

사실 소년이 그의 자식이 맞는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인간을 도살하고 불태우는 지옥. 그 끔찍한 공장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던 사울이, 티끌같은 인간다움이라도 찾으려 발버둥치는 모습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

"우린 오래 전에 이미 죽었어."

죽은 사람 때문에 산 사람들을 버리려냐는 동료의 말에 주인공이 던진 답이다. 얼핏 보기엔 답답해 보이는 사울의 행동들이 이 한 마디로 설명이 된다. 이미 그에겐 자기 몸이 수용소에서 살아 나가는 것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죽더라도, 잠시라도 인간답게 살고자 했지.

'필리버스터'. 참 낯선 현상. 잡담

지난 3월 3일 끝을 고한 더민주당과 정의당의 필리버스터 자체가 아니라, 그 속기록을 편집 없이 그대로 출판한 '필리버스터'라는 제목의 책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민주주의, 역사, 인권, 자유'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고 있는데, 3월 16일을 출간 예정일로 두고 이번 주 초부터인가 예약 판매가 시작되었다. 보통 예약 판매는 확실한 팬층을 거느린 작가의 작품이 아니고서야 크게 먹히지 않는 게 보통인데, 이 책은 이미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종합 2위에 올라섰을 정도로 엄청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책이 많이 팔리니 좋은 일 아니냐고? 글쎄. 나에겐 이게 책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보인다. 정확히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책'의 보편적인 정의에 해당하는 것들의 종말이다. 지금 알라딘 베스트셀러 순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책을 보자. 1위는 윤동주의 시집 초판본이다. 2위는 필리버스터 속기록이다.(팔려나가는 속도를 볼 때, 조만간 순위는 역전되리라 본다.) 이 두 책은 주제도, 성격도 완전히 다르지만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본문 전부를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윤동주의 시는 검색만 하면 여기저기서 다 주루룩 나오고, 필리버스터 속기록도 국회회의록 사이트에 들어가서 한글 파일로 바로 다운받을 수 있다.(http://likms.assembly.go.kr/record/) 그 내용이 궁금하면 얼마든지 공짜로 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윤동주 시집 초판본은 그 물성에서 특징을 찾을 수는 있겠다. 이런저런 끼워주는 상품들도 나름 알찬 모양이고. 그런데 필리버스터 속기록? 14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그것도 정제된 글이나 언변이 아니라 시간을 길게 끌기 위한 장광설을 그대로 받아 적어 편집도 없이 그대로 인쇄한 것을 책으로서 읽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사람은 구매자의 1%도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책을 사기만 하고 제대로 읽지는 않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조롱하는 농담도 금방 몇 개고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주객이 전도된 때는 없었다. 스마트폰만 켜면 바로 온갖 정보와 읽을 거리가 넘쳐나고, 글 말고도 영화나 TV 등 다른 오락거리가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지금, 책의 가치는 이제 그 안에 담긴 글보다는 다른 것들에 더 쏠리고 있다. 이 책을 가지고 있다는 만족감, 책의 디자인, 물성 등.

출판사들의 움직임 또한 이전과는 너무나 달라졌다. 속기록이 공개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필리버스터'의 예약 판매가 걸렸는데, 일반적인 책의 출판 과정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다. 예약 판매를 시작한 시점에선 인쇄는 물론 디자인조차도 끝나지 않았었으리라 확신한다. 3년 전에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 같은 경우 원고를 넘겨받고 불과 사나흘 만에 교정을 끝내고 인쇄에 들어갔다고 해서 화제였었는데, 이 책은 아예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된다.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건 곧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말. 게다가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공공기록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책의 가격은 33,000원. 꽤나 남는 장사다. 누가 이 책을 기획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머리를 잘 굴렸다. 한몫 단단히 쥘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출판 관계자들, 독자들이 회의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옳고 그르다, 좋다 나쁘다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2프로 부족한 곰탕 (합정동 '합정옥')

합정동 '먹자골목'(이라고 하긴 좀 부족한 곳이지만 어쨋건)에 새로 연 곰탕집이다. 지하철역에서 꽤 떨어진 곳의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음식점으로서는 상당히 극복하기 어려운 입지 조건인데 꽤나 자신감이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메뉴는 간단하다. 곰탕(10,000원)과 곰탕 특(12,000원), 수육(30,000원), 속대국(7,000원). 이렇게 해서 끝이다. 한우암소만 쓴다고 하는데, 내가 먹어본 건 이중엔 곰탕뿐이다. 검색을 해보니 수육에는 대창과 곱창도 들어가는 모양. 특을 시키면 조금 같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깍두기와 김치는 평범. 달리 말할 점이 없다. 곰탕의 국물은 맑은 편이고 조미료를 꽤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적당히 소금간을 해서 먹는 게 좋다.(대부분의 탕국집의 경우 내 기준으로는 소금간을 하는 게 크게 의미 없을 정도로 간이 되어 있다.) 탕에는 국물을 낸 고기를 썬 것과 내포가 들어 있는데, 잡내는 거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포의 경우 그럭저럭 먹을만 한 데 반해, 고기는 꽤 질기다. 하필 내가 받아든 그릇에 짜투리 위주로 고기가 들어간 것인진 모르겠지만, 결과 반대로 얇게 썰어주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라 아쉽다. 아쉬운 것은 국물도 마찬가지. 국물에 두터운 맛이 부족하다. 국물을 내는 데 고기를 기름기 적은(즉, 등급이 낮은 것) 양지 정도만 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끓이면서 너무 열심히 기름을 걷어내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쨋건 적당히 기름기가 도는 편이 훨씬 맛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험담을 늘어놓긴 했지만, 어쨋건 합정-홍대 일대에서는 이만한 곰탕 찾아보기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인근의 주민과 직장인들이라면 가볼만 한 곳이란 이야기.



여담인데, 블로그 마케팅하는 자들이 최소한의 상도덕이라도 갖췄으면 좋겠다. 이곳 상호로 검색해보니 이런저런 블로그 포스팅들이 나오는데, 거참... 아, 오히려 티나게 하는 편이 상도덕을 지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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