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사먹기 불평

돈값하는 식사 한 끼 하기 어려운 건 메뉴가 무엇이건 요즘엔 참 힘든 일이 되었지만, 개중에도 특히 지뢰를 밟을 가능성이 높은 음식이 몇가지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첫손에 꼽힐 음식은 아마 파스타일 거다. 우리나라에서 파스타는 지뢰밟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엉터리로 만들어도 비싼 돈 주고 사먹는 음식.

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지 한심할 따름이지만, 파스타는 비싼 음식이 아니다.(물론 비싸게 만드는 건 가능하다. 식당이 가격에 맞는 제반 환경을 갖추고 있고, 제대로 조리한다면야 그 또한 당연하고.) 보통 식당에서 쓰는 건면의 가격은 비싸봐야 1인분에 500원 정도. 위에 올리는 소스나 다른 재료들의 가격에 따라서 총원가는 천차만별이 되겠지만, 알리오 올리오와 같은 경우 식재료의 원가는 1000원 이하일 것이다. 토마토 소스에 냉동 해산물 몇가지 넣는 식의 보편적인 파스타의 경우(아.. 말해놓고도 참 슬프다..) 대략 거기에 500원 정도 추가하면 될테고. 하지만 시중에서 파스타라는 것들의 가격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 것 마냥 대학가의 허접한 식당에서도 10000원 이상인 것이 보편적이다. 어떤 음식이건, 한끼 식사로 10000원 이상을 지불하고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내실도 없다면? 만족도야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리고 파스타는 워낙에 조리하기가 만만하다.(정확히 말하면 만만해보인다.. 라고 해야할까?) 예전엔 파스타라고 하면 크림 소스와 토마토 소스에 재료만 바뀌는 거란 식의 잘못된 인식이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 잘못이 아니다. 실제로 식당에서 그런 식의 파스타만 내왔으니까. 미리 만들어둔 토마토 소스, 크림 소스에 대충 재료만 조금씩 바꿔넣은 다음 면에 얹어서 그대로 식탁에 가져오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 주문받은 후 면을 삶는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아침에 미리 대량으로 삶아둔 후 대충 팬에 지져서 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아침에 미리 면을 삶아두고선, 그 면을 한올한올 점검한다고 자랑하는 식당조차 있었다.) 요즘은 그런 한심한 작태는 그래도 줄어들었지만, 강렬하게 스톡 맛이 나는 찌개처럼 흥건한 소스에 면을 푹 담궈서 주거나, 기름이 아예 막을 이룰 정도로 퍼부어서 나온 꼬라지를 보는 일은 여전히 흔하다. 치즈가루 얹어주는(혹은 그조차도 하지 않는) 크림 소스 스파게티가 된 까르보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클리셰 급이라 할 필요도 느끼지 못 하겠다.

(글을 적고 보니 비교적 가격이 낮은 파스타를 주로 까는 글이 되었는데, 비싸다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니다. 홍합 몇 개에 왕새우 하나 턱 얹고 해산물 파스타라고 이만원을 받거나, 비싼 재료 넣어서 비싼 값 받으면서도 엉터리로 조리해서 개판 만드는 식당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젠 아예 밖에서 파스타를 먹는 일 자체를 기피하게 된지 오래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것 같고. 하지만 또 희한하게도 꾸준히 수요는 있는데.. 그래도 만원 이만원 들고 양식입네 하는 음식 먹기가 쉽지 않아서일까. 결국엔 나는 그냥 집에서 해먹는 편이다. 검증된 몇 곳 정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생각이 날 땐 가기도 하지만.


여담 - 파스타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하는 곳에서 나오는 피클들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이탈리아에선 애초에 피클을 먹는 일 자체도 흔치 않다지만, 우리나라 식당들의 피클.. 좀 심하지 않나? 대부분의 경우 단 맛이 너무 강해서 가끔은 이걸 식사 중 곁들이로 먹으라고 준 것인지, 식사 마치고 디저트로 먹으라고 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가끔은 아예 빙초산을 퍼부은 듯 시기만 한 것들도 있고. 음식으로서의 완성도로 본다면 분식집에서 주는 샛노란 단무지가 더 낫다. 비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덧글

  • 지크양 2012/06/23 19:30 # 답글

    동감이에요. 저도 비슷한 이유로, 파스타는 집에서 해먹어요. 사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가끔 몰토의 까르보나라나 그란구스또의 고등어 파스타 같은건 사먹지만요.
  • Blackmailer 2012/06/24 01:38 #

    좋은 재료 사다가 기본적인 조리법만 지켜도 꽤 먹을만한 파스타를 만들 수 있죠. 여러번 반복해서 나름 경험이 쌓인다면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 그란구스또는 저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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