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다과 꿀타래? 불평

한식의 역사나 현대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기껏해봐야 궁중요리 정도나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었지, 정말로 옛날 우리 조상들이 뭘 먹고 살았는지,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어디에서 기원하고, 발전해온 것인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음식들의 유래에 대해 온갖 잘못된 정보과 구라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

대표적인 사례 하나만 꼽자면 난 꿀타래를 들겠다.

이미지 출처는 위키피디아


꿀타래는 꿀과 맥아당을 숙성시켜서 가닥을 늘려 뽑은 뒤 견과류를 안에 넣은 과자다. 주로 인사동, 명동과 같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에서 한국의 전통 궁중다과라며 팔리고 있다. 그런데.. 이거 정말 궁중에서 먹던걸까? 아니, 전통과자이긴 한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처음 이 꿀타래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곳은 90년대 후반의 인사동이었다. 그리고 이걸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중국에서 봤던 용수당을 들여왔구만..' 이었다. 그렇다. 완전히 똑같은 과자가 중국에 예전부터 있었다. 설탕을 길게 늘려뽑는 모습이 마치 용의 수염과 같다고 해서 용수당(龍鬚糖)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선 이 과자의 기원을 이천년 전까지 소급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렇게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구라겠지만, 이 과자가 중국에서 생겨났고, 우리나라엔 불과 십여년 전에 들어왔단 것은 확실하다. 처음 저 꿀타래를 인사동에서 판매할 때만 해도 상품명은 꿀타래가 아니라 '용수염'이기도 했고, 꿀타래란 단어가 언론 매체에 처음 등장한 1999년 11월 19일자 동아일보에 나온 기사를 보면 아예 '중국의 호텔에서 시연하는 것을 보고 들여왔다' 라고 확인사살을 해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용수염이란 이름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엔 꿀타래란 이름이 대신 붙었다. 그리고는 궁중과자란 말과 한국의 전통과자란 말이 어느새 추가되었는데,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다. 동시였는지도. 그러더니 급기야는 이 꿀타래는 500년 전에 임금님만 드시던 전통다과이자, 판매하는 상인이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자부심을 느낀다' 라고 말하기까지 하는 물건이 되었다.(2009년 한국일보 기사)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저 꿀타래 장수가 말하는 한국의 문화는 전통의 부재와 거짓말이기라도 한걸까? 예전엔 외국에서 손님이나 친구가 오면 데리고 인사동에 가기도 했는데, 요즘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들어온 조잡한 기념품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는 광경도 그렇거니와, 꿀타래를 두고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가판대(이젠 한두개가 아니더라..)들을 지나는 것도 부끄러워서 차마 가질 못 하겠다. 그래도 요즘은 중국에 다녀오는 사람도 많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워낙 빨리 퍼지니 꿀타래의 기원이 중국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꽤 있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조선 시대 쯤에 궁중에 전래된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업체에 따라서는 꿀타래가 중국의 용수당과 한과를 퓨전해서 만든 거라고 좀 더 나은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꿀타래의 어디에 한과의 요소가 있는건진 전혀 알 수 없다.)

대체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상인들의 얄팍한 상술 그리고 한국인들의 전통과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주영하 씨의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책을 본지 오래되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전주 비빔밥의 기원에 대해 주영하 씨가 학술 연구를 의뢰받았던 일에 대한 회상이었을 것이다. 비빔밥의 기원이 시장에서 상인들이 간단히 먹던 식사일거라고 발표하자, 지역 상인들이 '최소한 임금님이 드셨다곤 해야 폼이 나지 않겠느냐' 라고 항의했다나 뭐라나. 이런 세태가 문제가 있는건 확실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개선할 수 있을까? 달라지는게 가능하긴 할까? 참 심란하다.




덧글

  • 미뉴엘 2012/06/24 17:52 # 답글

    바로 어제 차이나타운에서 보고온 꿀타래로군요(..)
  • Blackmailer 2012/06/24 23:58 #

    차이나타운이면 제자리 찾아간 것이긴 하네요. 뭐라 써붙여놓고 팔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말이죠.
  • bluexmas 2012/07/04 23:44 # 답글

    이거 한 30년전 잡지에 중국과자라고 소개되었는데 어느 순간 우리나라 궁중과자로 자리잡았더라구요.
  • Blackmailer 2012/07/05 14:12 #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기무치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호들갑 떨었던 걸 생각하면 진짜..
  • 한나 2012/07/21 06:00 # 답글

    궁중이라고
  • 픃ㅎㅎ호 2012/10/29 04:56 # 삭제 답글

    정말 보니까 궁중다과라 이름 붙치고 팔던 놈들 가족이 다 그 장사하던데 아 신고해야갰네요 우리 전통 문화를 욕먹이는 일을 용감할수가 없네요, 못 배워먹은 근본없는 놈들
  • Blackmailer 2012/11/04 22:16 #

    신고하거나 할 일은 못 됩니다.
  • qilin 2012/11/07 19:31 # 삭제 답글

    앗 ㅎㅎ 용수염이에요 용수염! 이걸 기억하시는 분이 계셨군요 ^^
    저한테는 완전 추억의 음식인데 ~ 한동안 안보이더니 명동이나 인사동에서 다시 파는것 같더군요.
    제법 사람수도 많고 여러 점포로 해서 신기했습니다. 어렸을때는 그 실?이 2배수로 늘어나는 것을
    마냥 감상하고 있었는데 *-_-* 여하튼 이게 우리나라 음식으로 둔갑한 경우도 있었군요.. 저런..
  • Blackmailer 2012/11/10 19:48 #

    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죠. 제곱의 무서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말이죵.
  • 돼지왕왕돼지 2012/12/22 04:11 # 삭제 답글

    중국 상해 여행갔을 때, 용수염을 맛보았습니다. 오늘 포스팅을 하고 나서, 뭐 덧붙일 자료들이 있나 조금씩 찾아봤는데.... 꿀타래라는 것이 결국은 이런 역사(?) 를 가지고 있었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제목을 "중국판 꿀타래" 라고 했는데 말이죠.. 슬픈 현실입니다.. ㅠ
  • Blackmailer 2012/12/23 15:14 #

    그래도 근래 돌아보니 꿀타래를 우리나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많이 사라진 것 같더군요.
  • 이런건 2013/01/07 12:08 # 삭제 답글

    리플로 관심표현.
    외국여자친구에게 한국의 과자라고 보낼려고 사려던 참이었는데, 안사야겠네요. 좋은 정보 고마워요. ;)
  • 올소 2013/10/07 08:36 # 삭제 답글

    저도 외국애한테 중국과자야..라고 설명했더니 바로 가판에있는사람이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냐, 이건 왕이먹던거다"라며 뭐라 하데요...멍청한것들좀 처리했음좋겠다는..ㅎㅎ
  • 아밍 2013/11/19 19:56 # 삭제 답글

    광저우 친구들이 보더니 용수당이라고 말하대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 아밍 2013/11/19 19:56 # 삭제 답글

    광저우 친구들이 보더니 용수당이라고 말하대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 2014/05/02 19:31 # 삭제 답글

    터키 오스만이대 전통과자 중에도 이 꿀타래와 거의 비슷한 전통과자가 있습니다. 심지어 터키 동네슈퍼에서도 한국돈 이삼천원에 팝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터키살다가 한국와서 처음에는 터키과자가 이름바뀌어 파는줄 알았습니다. 저어리던 80년대에는 한번도 본적없는 전통과자입니다
  • 한국안에 작은 터키 2014/09/09 06:32 # 삭제 답글

    위에 언급하신 과자는 피슈마니예(Pişmaniye)라는 과자입니다. 만드는 법도 그렇고 생김새도 비슷하긴 한데, 재료는 좀 달라요. 속재료도 안쓰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달죠(...)

    만드는 과정 영상으로 담은걸 가져와봤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IMxl5GMo20
  • 쿠마 2016/11/28 15:53 # 삭제 답글

    저도 이 과자가 중국에도 있다는거 심지어 먼저였다는거 최근에 알았어요.
    일본에서 친구가 놀러와 인사동에 데려가서는 자신있게 임금님만 드시던 한국 전통과자라고 소개했는데 (가게에 그렇게 써 있으니까 ㅠㅠ), 그 친구 왈, 이거 중국꺼 아니었냐구. 일본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어렸을 때 (몇십년 전;;) 사먹어 본 적 있고 중국에 놀러 갔을 때도 많이 봤었다고, 근데 한국꺼였냐고 묻는데...
    그 순간 제 설명에 대한 자신감이 확 없어지면서 그 가게 홍보 문구에 대한 불신감이 확 생기더라구요.. ㅠㅠ
    인사동에 중국인도 많이 놀러오는데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참 창피하고... 화도 나고.... 휴........
  • ㅇㅇ 2017/03/15 10:26 # 삭제 답글

    글쎄요 중국도 용수염이 자기나라 문화인줄 모를수도
  • 키즈라엘 2017/06/19 18:44 # 삭제 답글

    그 피슈마니예를 중국에서 현지화 한게 용수당이고 용수당을 한국에 들여와서 현지화 한게 꿀타래입니다. 만 뭐 완전 똑같은 것도 아니고 독자적인 레시피를 추가한데다 엿을 늘여서 만든다는 점에서 사실 한번쯤 시도해봣을만한 일이라서 딱히 전통과자로 부른다고 문제가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임금님만 드시던 과자 운운하는건 과대광고지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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