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과 안주 불평

요즘 어디 나가서 간단하게 술 한 잔 하기가 쉽지 않다. 왜 그렇냐고? 갈 곳이 마땅찮아서.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것이 술집들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르지만, 맘이 가는 곳이 없으면 그런 곳들은 없느니만 못 하다.

번화가의 술집들의 메뉴판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주방에 쌓여있는 식재료들이 어떤 것들일지 대충 그려지기 때문이다. 대충 냉동고에 쑤셔박혀있는 온갖 종류의 공장제 냉동 튀김, 캔과일, 레토르트팩에 담긴 찌개(혹은 찌개 양념).. 보편적인 술집들 메뉴판에 있는 메뉴들을 한 자리에 다 차려놓으면 거의 부페를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실제로도 예식장 부페의 냉동고와 술집의 주방은 규모만 다를 뿐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최대한 많은 메뉴를 올려놓되, 조리하기 간편하고 원가가 저렴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것들로만 구성할 것을 염두에 두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술집들의 안주라는 것들의 질은 바닥이고, 원가 역시 상상 이상으로 저렴하다. 어느 정도냐고? 예전에 낙성대 쪽에 정말 전형적인 술집이 하나 있었다. 다만 그 집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가격이었다. 거의 모든 메뉴들의 가격이 2000원에서 4000원 사이였는데, 그러고도 나오는 요리들의 양이나 상태는 다른 술집들과 비교해도 같거나, 오히려 나은 수준이었다. 같은 요리를 그리고 다른 술집들에선 10000원 이상씩 받는 것이 예사. 솔직히 말해서 그런 엉터리 음식들을 술집에서가 아니라면 누가 그 돈 주고 사 먹겠는가. 아니, 애초에 술집에 가지 않는 이상엔 돈 주고 사 먹을 일 자체가 없다.

나는 작금의 우리나라의 안주 문화 자체가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되어 있다 생각한다. 저녁에 만나서 거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선, 또 술집에 가서는 엉터리 안주라도 푸짐하게 앞에 차려놔야만 술을 마시는 이유가 대체 뭘까? 유독 한국인들이 대식가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생각해보는 이유가 두 가지 정도 있다.

우선은 술집의 안주들만큼이나 술도 마찬가지로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소주. 이거 정말로 좋아서 마시는 분들이 얼마나 있나? 아무리 술이란 것이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라 해도, 이 소주는 그 맛 자체를 즐긴다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당연하지 않나? 그냥 알콜에 물타서 희석시킨 다음, 감미료만 넣어서 단 맛을 냈을 뿐인데. 맥주는 또 어떤가? 외국인들이 말오줌(그 양반들이 말오줌을 먹어봤는진 모르겠지만.)이라고 평을 내리길 주저하지 않는게 한국의 맥주다. 그런 술들을 그냥 간단한 안주하고 먹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소주 한 잔 들이키고 나면 기분나쁜 맛을 씻어내리기 위해 맵고 짠 국물 한 숟갈이라도 떠넣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 아니면 기름진 튀김이라도 한 입 베어물던가.

그리고 또 하나. 질보단 양을 중시하는 음식 문화다. 40첩 반상이 TV 에 대단한 것인 마냥 소개되고, 그릇에 다 들어가지도 못할만큼 싸구려 홍합을 가득 담아주는 짬뽕집이 맛집으로 대접받는 작태를 보면, 왜 술집들의 안주가 저 모양인지 알 수 있다. 요리의 수준이나 맛과는 별 상관없이, 그냥 먹을만한 수준이면 양이 많을수록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 가격에 어떻게 그만한 양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내온 음식들, 다 먹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실제로 술집들의 음식물 쓰레기량은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혀를 잠깐 속이는 용도 이상으론 차마 쓰지 못하겠다는 것일런지.

하여간 그런 문화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인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나중으로 접어두고.. 최근 유흥가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깃집과 치킨집이 늘어서 있다. 처음에 그런 광경들을 인식했을 때는 걱정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술집들이란 곳의 한심한 수준을 생각하면 소비자들이 나름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염지한 닭, 튀김옷까지 죄다 준비해서 배송해준 것을 매장에선 대충 튀겨주기만 하는 치킨, 그냥 고기를 직화에 구울 뿐인 고기구이를 먹는 편이 어쨋건 어처구니 없는 안주를 비싼 돈 주고 먹어야 하는 술집에 가는 것보단 훨씬 실패할 가능성이 적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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