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두부의 '한국화' 불평

중국요리만큼 우리나라에서 기묘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요리도 없다. 한국화된 중국집의 주력 메뉴들, 그러니까 짜장면, 탕수육 이런 것들은 어지간한 한식보다도 오히려 더 자주 먹게 된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정작 중국의 본토 요리는 소위 호텔식 중국요리라고 할만한 것 정도를 빼면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요즘은 양꼬치가 대중들에게도 인기를 얻으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른 간단한 요리들도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지만, 두 나라 간의 엄청난 인적/물적 교류를 생각하면 정말 기묘할 정도로 인기가 없는게 중국요리다.

약간 빗나가는 이야기지만, 다들 알다시피 중국집의 요리들 중 다수는 중국에선 찾으려고 해도 찾기 어려운 요리들이다. 그도 당연한 것이, 중국 본토와 한국 화교들 간의 교류는 거의 반세기 이상 단절되어 있었으니까. 깐풍기로 중국웹을 검색하면 '한국에서 찾은 옛날 산동요리'라는 언급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충 그런 식이다. 요리 자체도 그렇지만, 요리를 지칭하는 단어도 많은 부분 변형되어 본래 원형과의 연결점을 찾기 어려운 때도 많다. 심지어 그걸 전문으로 파고든 논문까지 있을 정도.

하여간 그런 와중에 다소 희한한 신세에 처한 중국요리가 하나 있으니, 마파두부다.

마파두부는 19세기 말부터 중국에서 먹어왔고, 지금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두부요리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데, 언제 한국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어떤 칼럼에선 마파두부가 한국전쟁 끝나고서 들어왔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별 근거가 없다. 하여간 이거,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다는건 꽤나 이상한 일이다. 마파두부는 사천요리인데, 우리나라 중국집에 사천요리가 껴들어올 틈새는 전혀 없지 않았나? 사천요리는 특유의 얼얼하고 매운 맛으로 유명한데, 사실 사천요리의 고향인 사천성은 우리나라와는 거의 접점이 없었다. 주로 산동지방에서 건너온 우리나라의 화교들과도 별 연관이 없었고. 굳이 따지면 대만으로 피난온 사천 출신의 대륙인들과 교류는 있었을지 모르겠다.

(잠깐, 여러 중국집에서 볼 수 있는 사천탕면은 그러면 뭐냐고? 그거 내가 기억하기론 90년대 후반에 동천홍에서 개발한 메뉴인데, 사천요리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 막연하게 맵다고만 알려진 사천요리의 이미지를 따다가 청양고추 넣어 칼칼한 맛을 낸 맑은 국물의 짬뽕에 이름붙였을 뿐. 그런 식의 이름짓기는 사천탕수육이니, 사천짜장이니 하는 족보없는 요리 모두에 해당된다.)

이처럼, 그 기원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들어와있기 어려운 요리인데, 어느 순간부터 중국집 메뉴판에 당연한 듯이 올라가있는게 마파두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마파두부는 본토의 그것과는 아예 다른 것이라 할만큼 차이가 있다. 


중국의 마파두부

중국에서 마파두부를 먹게 된다면 예상 밖의 굉장한 향 때문에 놀랄지도 모른다. 그 주된 원인은 아마도 화초(花椒)다. 화초는 우리나라에서 추어탕에 넣어먹는 초피나무 열매와 비슷한데, 훨씬 맛이 강해서 먹다보면 혀가 마비될 정도로 얼얼하다. 중국의 마파두부는 이 화초를 처음 고기와 고추, 생강 등을 볶을 때 같이 볶아 향을 내거나, 마지막에 두부를 넣고 끓이면서 위에 따로 그 가루를 뿌리던가 아니면 둘 다 해서 그 맛과 향을 강조한다. 마파두부를 달리 부르기도 하는 명칭인 마라두부의 저릴 마(痲)자가 바로 화초의 맛과 향을 나타내는 단어다. 그외에도 기름을 다량 사용하고 대신 녹말을 적게 사용하여 거의 기름에 두부가 잠겨있는 형태로 나온다던가, 매운 고추를 넣어서 매운 맛을 훨씬 강조한다는 것도 차이점이겠다. 아, 두반장은 필수 재료는 아니다. 넣기도 하지만, 나름의 맛을 더하기 위해서는 두반장보다는 그냥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을 넣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하다.

그에 반해 한국의 중국집에서 마파두부를 먹는다치면 별개의 요리보단 덮밥으로 먹게 되는데, 주로 녹말을 다량 풀어 걸쭉한 붉은 빛깔의 소스에 두부와 돼지고기 다진 것이 좀 들어가 있는 형태다. 매운 맛은 보통 두반장으로 내고, 당근이니 완두콩이니 하는 별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부재료들이 들어가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 한국식 마파두부는 학교 급식이나 군대 짬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그럴 경우엔 두반장의 함량조차 극단적으로 적어지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아서 대체 무슨 맛인지도 모를 녹말죽을 그냥 밥에 끼얹어 먹는 꼴이지만.(슬픈 것은 돈주고 사먹는 중국집 마파두부조차 그런 경우가 잦다는 거다.) 어떤 때는 마파두부에 넣을두부를 아예 튀겨놓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두부가 뭉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편이라는데, 사실 제대로 만든다면 두부가 뭉그러질 일이 없다. 마파두부는 두부강정이나 순두부찌개가 아니니까.

요리가 제 고향 떠나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달라진 것만으로는 그다지 나쁜 일도 아니다. '현지화'라는 말은 현지에선 구하기 힘든 재료들을 다른 재료로 대체하거나 그 현지의 문화나 입맛에 맞춘 재료와 조리법이 섞여들어가는 것을 말하고, 오리지널에 못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는 수도 있다. 하지만 마파두부의 한국에서의 '현지화'는 내가 볼 땐 실패다. 애초에 사용될 재료들이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건만 그나마도 대체하기보단 그냥 빼버렸고, 본래의 맛과 향은 거의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잘하는 중국집에선 그럭저럭 먹을만하게 내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 나름의 독특함조차 많은 경우 이런저런 향신료를 제대로 사용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냥 시판되는 두반장을 많이 사용해서 나온 정도가 아니겠나. 한국에서의 '현지화', 그러니까 '한국화'가 플러스까진 바라지 않으니 마이너스라도 되지 않는 경우를 좀 많이 봤으면 좋겠다.


여담 - 제대로된 마파두부를 한국에서 먹어볼 날이 오기를 기대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양꼬치를 주력으로 하는 본토식 중국식당들은 그저 술먹을 때나 갈만한 수준이라 요리들의 맛은 대부분 형편없고, 마파두부도 예외는 아니다. 그냥 고춧가루로 범벅한 두부조림을 던져놓고 가기 일쑤니까. 그나마 중경의 호텔에서 일했었다는 주방장이 있는 강남역의 '홍고량'이나, 중국인이 운영하는 신촌의 '구복' 정도가 먹을만한 마파두부를 내지만, 그것도 사실 집에서 해먹는 것과 비등비등한 수준. 만들기가 복잡한 요리도 아니니, 그냥 해먹는게 정답이려나보다.

여담 2 - 마파두부로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두반장없이 마파두부'가 첫번째 연관검색어로 뜬다. -_- 인터넷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마파두부 관련 이미지나 글들을 보면, 마파두부는 이젠 그냥 잡스러운 재료를 넣은 두부볶음을 통칭하는 단어 정도로 쓰이는 모양이다.





덧글

  • 늄늄시아 2012/07/04 20:50 # 답글

    공감합니다.. ;ㅁ; 군대마파두부 덕분에 "마파두부= 맛없는 음식"이라는 공식이 붙은것 같아요
  • Blackmailer 2012/07/05 14:07 #

    군대에서 나오는건 정말 심하죠.
  • 동굴아저씨 2012/07/04 23:03 # 답글

    요즘 왠지 마파두부가 만들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걸 보네요.
  • Blackmailer 2012/07/05 14:08 #

    슈퍼에서 파는 산초가루만 사다가 조금 뿌려줘도 맛이 확 달라집니다.
  • LeeChai 2012/07/04 23:59 # 답글

    진짜 마파 두부를 먹어 본 적은 없는데 글 읽어보니 현지화에 실패했다기보단 그냥 다른 요리를 들여온 거 같네요.
  • Blackmailer 2012/07/05 14:13 #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부터 정통파와는 다른 형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대만이나 홍콩 통해서 들어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요. 물론 지금처럼 엉망은 아니었겠지만.
  • 2012/07/05 01: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05 14: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주원 2012/07/05 02:23 # 삭제 답글

    한국에서의 '현지화', 그러니까 '한국화'가 플러스까진 바라지 않으니 마이너스라도 되지 않는 경우를 좀 많이 봤으면 좋겠다.

    이거 진짜 공감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마파두부는 그냥 살짝 매콤한 두부볶음, 뭐 그런거지요...
  • Blackmailer 2012/07/05 14:11 #

    생각하는게 부정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온통 보이는건 다 그런 것들 뿐입니다;;
  • 애쉬 2012/07/06 11:01 # 답글

    1. 우리나라 중국 요리중에 출처를 알수가 없다싶은건 일본쪽을 확인해봐야합니다. 마파두부, 중화냉면, 칠리새우....요것들이 일본에서 만들어지거나 경유한 중화요리로 추정됩니다. 특히 부산에는 훈툰(윈톤)이란 만두국이... 완당이란 이름으로 아예 현지화 해버렸습니다.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 완탕이라고 하더군요. 그에 힘입어서인지 우리나라에선 사천짜장을 만들었는데...어드메의 어느 요리사 작품인지 모르겠네요 ㅎ 부산쪽에 많은 것 같네요

    2. 두부, 두치(떠우치-발효시킨 콩), 화초, 고추, 풋마늘대, 맛있는 기름, 두반장, 갈아놓은 돼지고기.....이게 다 충족된 마파두부는 직접 만들어 먹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두치는 청국장으로 대체, 풋마늘 때문에 초여름에만 가능합니다 ㅎ 중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나요?

    3. 청남대 인근 충북의 송어비빔회를 내는 식당에서 '산초 두부'라는 메뉴를 메뉴판에서 구경했습니다. 경황이 없어 주문해 확인은 못해봤는데... 산초기름에 두부를 볶은 요리인가봅니다. 오히려 이편이 중국의 마파두부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다싶었어요^^ 지리산 인근 마을에서 들어본 바로는 산초를 짜낸 기름은 약용으로도 양념용으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4. 요즘 양꼬치를 파는 중화요리점은 중국의 동북지방(요녕, 길림, 흑룡강) 식 중화요리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연변냉면 파는 곳도 늘어나더군요. 근데 양꼬치는 비록 전국화 되었다지만 신장성 식 중화요리점에서 팔아야 제대로 일텐데 ㅎㅎㅎ
  • Blackmailer 2012/07/07 13:43 #

    1. 확실히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일본은 그래도 단 맛이 심한 걸 빼면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죠. 결국에 망가뜨린 책임은 우리한테 넘어오는 셈이군요.

    2. 개인적으론 화초, 고추, 두부, 두치(본문에선 대충 콩장이라고 썼는데, 네, 두치 말하는 겁니다.) 아니면 두반장, 돼지고기 정도로만 해도 제대로 만들면 맛있게 먹습니다. 다른 재료야 들어가면 좋지만 없으면 어쩔 수 없죠.

    3. 원래 산초(정확히는 산초가 아니라 초피니 제피니 하지만 사실 산초란 말을 가장 많이 쓰죠.)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썼던 향신료라 하는데, 요즘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 아쉽네요. 갖은 양념(그래봐야 마늘+고추+참기름+설탕+@ 정도지만) 하나로 식생활이 통일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부는 산초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식재료인 것 같아요. 일본에서도 탕두부에 산초가루를 뿌려서 먹죠.

    4. 네. 그동네 요리들이죠. 애초에 그런 음식점들이 타겟으로 하는게 그 동네 출신 조선족(+한족)들이니까요. 다만 전 동북요리엔 별 매력을 못 느끼고, 그조차도 제대로 하는 음식점은 별로 없더군요. 그리고 양꼬치는 중국에서도 위구르식 양꼬치는 그 동네 가지 않으면 찾아먹긴 힘들지요. 터프하게 큰 덩어리로 꽂아놓은 양꼬치는 확실히 보통 양뀀집들의 그것과는 차별화되는 맛이긴 한데.. 차라리 구소련 계열 국가들 음식점에서 파는 샤슬릭이 더 그 맛에 가깝지 싶습니다.
  • 애쉬 2012/07/07 13:58 # 답글

    1. 일본의 마파두부도 화초가 빠진 버전이 일반적인가봅니다. 그리고 일본을 통해 들어온 유명한 중화요리 하나를 빼먹었네요 야끼만두^^ 이건 오히려 중국 남방쪽으로도 역수출 되는 듯합니다.

    2. 네네^^ 뭐든 손에 들어오는 재료로 맛잇게 만들어 먹는게 중화요리의 정신이죠

    3. 일본에서 산초를 많이 쓰는데.... (발음도 '산쇼') 이게 제피(초피) 같습니다.(확인을 못해봤지만)
    우리나라 남부지방이 산초와 제피를 헷갈려 쓰는게 이 일본의 '산쇼'와 혼동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산쇼와 산초, 제피와의 관계를 알게되면 여기도 보고하러 올께요^^

    4. 네...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위구르 쪽으로 갈수록 고기 크기가 커지고 향신료 사용도 줄어든다더군요...근데 위구르 쪽이 맛있다네요^^.... 댓글 읽다보니 샤슬릭 먹고싶어집니다 ㅎㅎㅎ

    댓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스파게티에도 잘 어울릴 마파두부네요
    두부대신 리코타 치즈를 넣고 스파게티 면이랑 버무린 마파치즈 스파게티도 맛있을 것 같네요...
    라구소스란게 애초에 이런 중국요리가 이탈리아로 간게 아닐까 싶기도하구요 ㅎ(이건 비약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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