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잡상 잡담

이번 여름의 빙수 업계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될 것 같다. 특히 홍대 인근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빙수 광고 중. 그런 분위기 탓인지 나도 모르게 빙수를 자주 먹고 있는데, 만족스러운 경우는 많지 않았다. 생각한 것 몇가지를 정리해본다.

1. 산봉우리처럼 얼음을 높이 쌓아주는 집들은 일단 아웃. 먹기 불편하다. 어떤 곳은 아예 살포시 떠먹으라고 주의사항을 예쁜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붙여놨던데, 그냥 더 적은 양을 담아주거나 더 넓적한 그릇을 사용하면 좋겠다.(사실 그 이전에 맛이 별 감흥 없어서 다시 방문할 생각 없다.)
2. 빙수의 양은 밥 한 공기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애초에 디저트 류이니 가볍게 입가심 혹은 간식으로 먹는 것이 좋고, 너무 많은 양을 담으면 자체 무게 때문에 얼음이 녹거나 뭉치기 마련이다.

그릇
1. 먹는 동안 차갑게 유지되고, 떠먹기 편한 형태면 합격. 요즘 유행하는 유기는 그 자체론 나쁘진 않지만, 숟가락으로 긁거나 부딪힐 때 나는 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
2. 최악은 깊은 항아리형 그릇에 담아주는 것. 이유는 모르겠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은 대부분 그 용기를 사용한다. 뭐, 맛 생각하지 않고 여럿이 모여 퍽퍽 비벼먹는 그런 분위기에는 딱일까.

얼음
1. 우유얼음이 대세가 되어버렸다. 다만 우유얼음이라고 하는 곳들 중 10 중 7~8은 분유나 연유를 사용하는 듯하다. 분유나 연유 등이 들어간 빙수도 나쁘지 않지만 느끼해서 금새 질리는 맛인 것은 사실. 그리고 분유나 연유 들어간 얼음을 쓴다면 그 가격대도 좀 낮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 어설프게 과일 썰어 올리는 것보다는 아예 과즙을 얼려 소르베를 만드는 편이 훨씬 맛있지 않을까. 단가나 제조 과정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그런 곳은 보지 못했다. 몇몇 가게들은 딸기 혹은 망고 소르베를 빙수와 함께 내기도 하는 것을 보면, 제조 상의 문제는 아닐 것 같기도 하고.
3. 맥주를 얼려 빙수로 만든 곳도 있었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먹은 뒤 나름 취기가 도는 것도 맘에 들고. 물론 괜찮은 맥주 쓰지 않는다면 먹는 게 고역일 터. 카스나 하이트 얼리면 무슨 맛이 될지는 알고 싶지 않다. 내가 먹은 것은 Anderson valley의 맥주 Winter solstice 를 얼려 만든 것으로 기억한다. 개성 있는 향의 커피빙수 같은 느낌.

고명
1. 고명의 종류는 적은 편이 좋다. 여러 종류가 들어가도 잘 어울리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 않다.
2. 초콜릿, 젤리, 떡 등 차가워지면 뻣뻣해지거나 끈적끈적해져 먹기 불편해지는 것들은 사양이다. 얼어있는 채로 나오기 일쑤인 베리류도 대부분 아웃. 서걱거리는 데다, 떫은 맛이 나고, 씨까지 씹히던 라즈베리는 정말 최악이었다.
3. 당연한 듯이 다른 고명들과 함께 견과류와 팥을 함께 올려주는 곳들이 많다. 식당에서 별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김치를 내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4. 팥을 직접 쑨다고 자랑하는 곳 많은데, 그렇게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인지 모르겠다. 물론 깡통에 든 '빙수용 팥' 쓰는 것보다는 훨씬 맛있긴 하지만, 가마솥이니 장인의 손길이니 하면서 자랑할 수준인지? 금세 사그라든 단팥빵 열풍과 비슷한 수준인 듯.
5. 가장 인상적이었던 고명은 한 떡집 빙수에 올라가 있던 대추건과. '담장옆에국화꽃'의 팥빙수에 올라가는 것과 같은 종류였는데, 눅눅함 없이 입 안에서 바스라지는 느낌이 훨씬 좋았다.



덧글

  • Sagers 2014/06/17 21:52 # 답글

    그러고보니 빙수얼음 양 많다 싶게 나온 곳은 먹다보면 항상 얼음 뭉친 부분이 생기더군요. 처음엔 성의부족인줄만 알았는데 많은 양이 쌓이면 그런 현상이 생기나봅니다.
    알려주신 '스노우볼'가서 한그릇 즐기고 왔습니다. 분유빙수는 아니기에, 이런 디저트 생각날때 가끔 갈만하겠더군요~
  • 어쩌다보니 돌고래 2014/07/24 13:37 # 답글

    글들 잘 읽고 갑니다.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사먹곤 했는데 다시 생각해볼 여지를 주셔서 좋아요. 음식블로그에 사진이 지나치게 많다는 말씀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전 팥은 반드시 직접 쑨걸 사먹습니다ㅋㅋ예전에 맛없는 팥 올린 빙수를 먹다가 거의 토할 뻔한 적이 있어요...
  • 잘나가는 꼬마사자 2016/03/12 08:58 # 답글

    안녕하세요ㅎㅎ 글 보다가 윈터 솔스티스 얼려 만든 빙수집이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서 댓글 남겨봅니다ㅜㅜ 제가 젤 좋아하는 맥주라 한번 올 여름엔 가보고싶네요!!!
  • Blackmailer 2016/03/12 09:40 #

    합정역 인근에 있는 그레이412라는 곳이었는데. 안타깝지만 작년 초에 폐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잘나가는 꼬마사자 2016/03/12 13:33 #

    ㅠㅠㅠㅠ 아쉽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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