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뷔페라는 현상 잡담

나는 딸기라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다. 물컹한 물성, 이 사이에 끼기 쉽상인 씨앗, 뭔가 선명하지 못한 맛까지. 그래서인지, 딸기뷔페라는 게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냥 유별나게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몇 년 새에 두어 군데를 다녀오게 되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1. 딸기뷔페는 먹기 위한 곳이란 생각은 별로 안 든다. 케익뷔페니 하는 곳들이 일본의 영향으로 반짝 유행했다가 싸그리 사라진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자. 디저트는 디저트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케익 두세 개만 먹어도 그 이상 먹기 힘들다. 포만감보다 더 강력하게 식욕을 감퇴시키는 게 단맛의 포화 상태 아닌가?

2. 그렇다고 해서, 딸기가 일반적인 식사의 부재료로 쓸 수 있는 재료도 아니다. 결국 디저트류만 쭉 진열할 수밖에 없으니 한계는 뻔하다. 평범한 떡볶이와 탕수육 위에 말린 딸기칩을 뿌려서 내놓는 걸 보면 요리사의 상상력 부재를 비웃어야 하는지, 설정 자체의 한계를 탓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3. 포토타임의 존재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음식을 두고 먹지 않고 사진만 찍게 하는 곳은 세상천지에 딸기뷔페밖에 없지 않을까.(물론 내 견문이 짧은 것일 수도 있다.) 시각적 만족, 남들에게 보여주는 과시욕이 요즘의 맛집 트렌드 중 하나라지만, 참 멀리도 나갔단 생각이 들 뿐이다.

4. 물론 자신의 돈과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각자의 자유다. 딸기뷔페에서 자기가 지불한 돈 이상의 효용을 누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딸기뷔페의 가격은 대략 3만원에서 6만원 사이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비용과 사람들이 얻는 만족의 유형이 테마파크 자유이용권과 비슷한 것이라 본다.

5. 유달리 우리나라에서 뷔페가 인기인 이유를 두고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잔치의 유산일까. 미성숙한 미식 문화의 반증일까. 등등. 요즘은 중세 유럽 농민들이 환상한 낙원을 떠올리게 된다. 우유가 강처럼 흐르고, 구운 돼지가 걸어다니면서 자기 살을 잘라 먹여주고, 나무에서 빵이 열리는 그런 낙원, 브뤼헐이 그린 게으름뱅이등의 천국 말이다. 빡빡한 삶, 단조로운 외식 문화에 질린 사람들이 찾는 탈출구가 결국 뷔페인 게 아닐까. 딸기뷔페는 그것에 소녀 감성을 입힌 동화 버젼이다.

6. 다만 이 유행도 슬슬 끝물인 것 같다. 프랜차이즈 뷔페와 카페들도 딸기뷔페 프로모션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기사들을 보면 말이다.

덧글

  • 모퉁이 2016/03/03 11:13 # 답글

    단 걸 좋아해서 맨 처음 딸기 뷔페라는게 나올 무렵부터 (한 7-8년 전?) 시도해봤었는데 맛있는데는 진짜 없는 것 같아요. 적당히 비주얼만 좋게 해놓고 맛은 예식장 디저트 수준이고, 요즘엔 가격도 엄청 올려서 5만원대던데 정말 그 돈 주고 갈기 아까워요. 유일하게 갈만한 가치가 있던 호텔 디저트 뷔페가 삼성역 쪽의 코너스톤이었는데, 3만원대로는 수지가 안맞는지 일년정도 하다가 없앴더라고요 ㅠㅠㅠ
  • dd 2016/03/03 11:27 # 삭제 답글

    포토 타임의 경우에는 딸기뷔페가 아니더라도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집은 가끔식 보이는것 같아요.
    많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단 젤라또를 꽃모양으로 만들어주는 가게도 사진찍는곳이 따로 마련되어있더군요.
    주 고객층이 SNS에 음식 사진 올리는 세대니 나름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게 아닌가 싶네요.
  • 서울이방인 2016/03/03 11:34 # 답글

    딸기뷔페의 가격이 3만~6만원이군요;; 에휴, 그 가격이면 다른 맛괜찮은(맛좋은 건 보기 힘드니) 음식 먹고, 청과상에서 잘 익은 딸기 한팩 사서 먹는게 낫겠습니다.. 국내산이라 내세우는 설향은 싱거운 감이 있죠. 일본산 육보는 산미가 제법 있습니다~
  • kiekie 2016/03/07 00:07 # 답글

    딸기는 잼과 콤포트한 것만 좋아요.
  • hsuj 2016/03/07 01:25 # 삭제 답글

    딸기뷔페 지인 이랑 같이 가봤는데 그냥 딸기마니아들은 위한 뷔페? 정도 인것 같아요. 딸기도 대중적으로 다들 좋아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니까요.뷔페 자체는 여러사람 같이 가기 안성맞춤 이죠. 괜찮은 부페는 가격이 좀 나가지만 전체적인 취향이 맞춰지니 아쉬운 사람이 없어서 친척들이나 지인들이랑 가기 좋죠. 뷔페아니더라도 일반식당도 그럴싸 한곳은 음식 값이 비싸니 음식양이 자유로운 뷔페가 가성비가 좋을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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